먹는이야기

서울대입구역 '삼미옥' : 짙은 안개 속 맑고 깊은 설렁탕

rollon 2021. 6. 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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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삼미옥에 다녀왔습니다
골목 사이로 레트로한 간판이 눈에 띄는
오래된 설렁탕 집입니다

설렁탕을 시키니 파와 갖은양념을 주시고
배추김치와 석박지가 테이블마다 놓아져 있었습니다
배추김치는 겉절이에 가까웠고
석박지는 엄청 익어있었어요
그래도 무는 무르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매장은 전체적으로 고기 누린내가 꼬릿하게 났어요
심하진 않았지만,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뉴트로보단 레트로였구요

곧바로 나온 설렁탕(10,000원)
정말로 웬만한 페스트푸드보다 빨리 나온 듯 해요 ㅋㅋㅋ
설렁탕 국물은 순대국, 사골국처럼 뽀얗지도
갈비탕처럼 맑지도 않은 '희멀건한' 국물이죠

고기는 양지만 사용한 것이 아닌
다소 기름진 부위도 섞여있었어요
그래서 설렁탕도 먹다보면 느끼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와 별개로 한 그릇 안에 담겨진 육향이 어마무시했어요 ㅋㅋㅋ

고기의 감칠맛이 입 안을 맑게 채워주면서 신기하게 식당의 꼬릿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걸리적 거리던 안개가 걷히고나니
그때부턴 설렁탕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멀리서 이 맛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올 분들보단
이 곳의 간판, 벽지가 바래져온 시간을 함께 보내신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오래된 식당이 가진 개성과는 별개로
표면이 말라있는 파와 덜 달궈진 뚝배기에서
아쉬움이 다소 있었지만, 설렁탕 한 그릇에 담긴
노련함이 돋보였던 멋진 식당이었습니다


서울대입구역 '삼미옥'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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